방현희 소설가[글쓰기 팁] 묘사와 서술을 적재적소에 쓰는 방법

묘사란 무엇인가?


묘사는 어떤 대상의 겉모양이나 외형적 구조, 특징을 객관적인 관점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사물과 현상에 대한 지배적인 인상을 중심으로 그것의 특징과 양상을 그려내는 기술이다. 인물이나 장소에 대한 생생한 현실감을 제공하고 인물의 정서 상태를 보여준다. 대상을 일반화, 유형화하여 설명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모습을 그리되 단순히 세부를 나열하지 않고 전체와 부분, 부분과 부분의 조화와 유기적 연관을 유지해야 한다. 묘사를 할 때, 특히 대상을 다양한 시각, 감정, 장소, 거리에서 바라보고, 상태를 바꾸어가며 살피고 대상에 대한 충분한 정보나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좋다.

‘보여주기’를 통해 지금 눈앞에서 소설 속의 이야기 상황이 실제로 전개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라.


“묘사는 독자의 오감에 호소한다. 이것은 독자의 감정적 반응을 일으켜 작중인물과 그 배경을 실감 나게 만든다.” - 피츠제럴드, <소설작법>


묘사에는 시공간적 배경묘사, 인물묘사, 심리묘사, 행위묘사(장면)가 있다. 주위 환경을 통해 인물과 사건의 의미를 부여하고자 할 때 쓰며, 배경의 자세한 묘사는 개인에 대한 인과율적 설명이 된다는 측면에서 강화되었다. 최근에는 인물묘사는 약화되고 배경, 심리, 행위묘사가 강화되고 있다.


주인공이 장례식장에 갔다고 가정해보자. 상주와 조문객과 망자의 사진 등을 세세히 묘사해서 그려 보여주려면 그만한 필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들은 슬픔에 휩싸여 정신없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다”라는 한 문장으로 설명하면 너무도 쉽고 간단하다. 하지만 그런 문장을 읽으면서 마음이 찡해지지는 않는다. 

“아내로 보이는 여자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이마 위에 흐트러진 머리칼이 눈썹을 찌르는지 그녀는 계속 눈을 깜박거렸다. 그녀 옆에는 어린 여자애가 손에 헬로키티 인형을 들고 서 있었다. 영정 사진 속의 남자는 서른을 갓 넘긴 얼굴이었고 등산모자를 쓴 채 활짝 웃고 있었다. 여자는 어린애의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이 문장은 장례식장을 묘사하고 있다. 우리는 머릿속에 각자의 느낌대로 어떤 이미지를 그릴 것이다. 남자는 분명 때 이른 죽음을 맞았을 것이고 남은 가족의 미래는 불안하기 이를 데 없다. 다음 장면은 망자의 부모와 친구들의 망연자실한 모습이 그려지겠지, 상상하며 독서를 한다. 묘사를 하려면 비유나 상징 등을 쓰게 되어 좀 더 문학적인 작법임을 알 수 있다. 


* 묘사를 하려면?

1) 가장 중심적인 인상, ‘통일성’을 확정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창조할 특징적인 세부들을 선택한다. (예를 들면 좁고 지저분한 방, 코의 점 등)

2) 적절한 관점 (물리적, 심리적)을 선택. 인물의 기분과 분위기에 맞는 효과를 낸다.

3) 독자의 오감에 호소하라. 해설은 독자의 정신적 이해에 호소하지만, 묘사는 감각에 호소해야한다. 소설은 형상을 통해 정서적 반응을 꾀하는 게 목적이다.

4) 이러한 세부들을 공간적, 시간적, 수사학적, 또는 연상되는 순서에 따라 연결시킨다.

5) 묘사는 참신한 시각으로 실감나게 하되 반드시 의미를 가져야 한다.


소설을 처음 쓸 때는 어떤 것이 묘사고 어떤 것이 서술인지 얼른 감이 잡히지 않는다. 묘사는 그림처럼 어떤 장면은 보이는 대로 그려주어서 읽는 사람의 머릿속에 한 장면이 떠오르게 하는 것이다. 

“나는 생선 먹는 것이 서툴러서 가자미는 머리와 껍질, 뼈가 엉망으로 짓이겨져 있었다. 차마 남에게 보이기 부끄러운 상태였다. 나는 다시 얼굴이 붉어졌다. 다카다 상을 보니 완전히 새빨개진 얼굴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순식간에 취해버린 듯했다. 나는 수술이라도 하듯이 조심스럽게 가자미의 뼈와 껍질을 골라내고 남은 살을 입에 넣으면서 청주를 홀짝거리며 장국을 마셨다.”

다니구치 지로의 <고독한 미식가> 마지막 장에 후기를 대신해서 붙인 짧은 소설의 한 대목이다. 주인공이 술자리에서 음식을 먹는 장면과 동료들의 상태를 우리는 머릿속에 훤히 그릴 수 있다. 언뜻 보면 주로 묘사로 이루어진 문장 같다. 이 중에서 “차마 남에게 보이기 부끄러운 상태였다”, “순식간에 취해버린 듯했다”는 서술 문장이다. 얼굴이 붉어졌다는 ‘있는 그대로 보여준’ 묘사이고 취해버린 듯 했다는 주인공의 판단이 들어간 서술 문장이다.






서술이란 무엇인가? 



서술은 사물이 시간적으로 움직이거나 진행되는 과정을 나타낸다. 즉 사건의 시간적 경과에 따른 움직임의 양상, 변화된 상황 혹은 상황의 추이를 기술하는 것이다. 이런 서술에는 인물, 움직임, 시간, 의미 등이 기본요소가 된다.

인물, 사건, 배경을 서술자가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요약적 기술이다. 파노라마적 말하기라고도 한다. 사건의 전개를 빠르게 하고 집중적이고 요약적인 설명이 가능하다.


* 독자에게 어떤 정보를 제공하는 해설 혹은 설명, 요약의 경우이다. 

* 사건, 행동을 박진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현장에서 느낀 인상을 극적으로 기술한다.




[1] 문장의 힘과 역할


문학작품, 특히 소설은 인생의 여러 측면 중에서 특정한 내용을 내세워 인생 전체를 대변해준다. 사소해 보일 수도 있는 특정 사건을 앞세워 장황하고 복잡하고 긴 사연을 짐작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이 소설이다. 묘사가 필요할 땐 묘사로 강한 메시지를 담은 서술 문장이 필요할 땐 서술 문장으로 변주해가면서 차츰 글의 진경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소설을 쓸 때는 어떤 것을 전경에 두고 어떤 것을 후경에 둘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창작을 시작할 때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구상의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 충분한 자료도 확보해야 하고, 스토리 구성과 그에 따른 분량의 배분, 문체와 시점의 결정, 집필 시간 계획 등을 자세히 적어 준비과정을 철저하게 할수록 작품의 질을 높아진다. 대충 시작해서 쓰다가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는 묘사와 서술의 장면을 선택해야 한다. 쓰는 사람 자신이 알 수 있다. 묘사를 촘촘히 하다 보면 약간 숨이 차서 단숨에 간단히 치고 나갈 서술 문장을 내세우게 된다. 서술 문장을 조금 쓰다 보면 맛이 안 난다는 느낌이 들어 묘사로 세부를 자세히 그려주게 된다. 그것이 우리의 호흡이고 리듬이고 살아 있는 글이 가진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2] 인물과 상황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기


서술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이나 사건 따위의 사정이나 과정 등을 차례대로 기술함, 차례를 좇아 기술하다’ 이다. 말하자면 입체적인 문장이기보다 평면적인 문장이다. 그래서 묘사만으로는 소설이 될 수 있지만 서술만으로는 소설이 될 수 없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문학이라면, 소설이라면, 사건의 과정을 차례대로 적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마음을 움직일 그 무엇! 그것을 문장에 심어야 한다.

어떤 인물을 설정할 것인가. 어떤 인물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묘사로 보여줄 것인가, 담백하게 서술해줄 것인가.


<고독한 미식가>의 한 장면을 읽어보자.  

“그의 목소리에는 현지인의 자부심 같은 것이 배어 있었다. 그 자부심이 또 한 번 나를 안절부절못하게 했다. 나는 갑자기 큰 빚을 떠안은 기분이 되었다. 맥주를 한 모금 마셨지만, 목으로 잘 넘어가지 않았다. 홀짝홀짝 마시는 맥주는 쓰다.”

 

이 문장들은 주인공의 감정을 설명하고 있는 서술 문장이다. 장면을 그려주기보다 장면이 어떻다는 것을 해석해서 알려주고 있다. “현지인의 자부심이 배어 있었다” “큰 빚을 떠안은 기분이 되었다” 등은 감정을 설명해주는 문장이다. 

서술 문장이 상황을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문학적인 의미와 가치를 갖게 하려면 그 문장에 맛깔스러움을 더해야 한다. 그것은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문체에서 올 수도 있고 철학적인 통찰에서 올 수도 있다. 어! 하고 멈추고 그 문장을 곱씹게 만드는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좋은 비유나 머리를 꽝 치는 지혜가 담긴 잠언 같은 문장이 그런 역할을 한다. 

 

“18세기 프랑스에 한 남자가 살고 있었다. 이 시대에는 혐오스러운 천재들이 적지 않았는데, 그는 그 중에서도 가장 천재적이면서도 가장 혐오스러운 인물 가운데 하나였다. 이 책은 바로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드나 생 쥐스트, 푸세나 보나파르트 등의 다른 기이한 천재들의 이름과는 달리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라는 그의 이름은 오늘날 잊혀져 버렸다. 물론 그것은 오만, 인간에 대한 혐오, 비도덕성 등 한마디로 사악함의 정도에 있어 그르누이가 그 악명 높은 인물들에 뒤떨어지기 때문은 아니다. 단지 그의 천재성과 명예욕이 발휘된 분야가 역사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 냄새라는 덧없는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향수>의 첫 문단이다. 건조하고 설명적으로 한 인간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하지만 호기심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어쨌거나 소설을 쓰는 작가의 역할은 독자로 하여금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것이니만큼 성공한 도입부임에는 틀림없다.


이런 작품을 각자 한번 써보기를 권한다. 내 주변의 누구, 혹은 위인이나 유명인 중의 한 명을 골라서 그 사람에 대해 서술 문장으로 글을 써보는 것이다. 묘사라는 생각도 없이, 서술이라는 자각도 없이, 몰두해서 그 사람에 대해 쓰다 보면 글이 저절로 흘러가는 게 어떤 것인지 알게 되고 필력도 발전할 것이다. 



[3] 소설 문장이 갖춰야 할 여섯가지 조건


1) 문장의 다양성

문장 구조, 길이, 음성, 리듬의 다양성을 지녀야 한다. 똑같은 문장 구조, 단순평서문을 계속 반복하는 것은 좋지 않다. 주어가 두 줄 이상의 연속된 문장에서 똑같은 위치에 나타나지 않도록 한다. 

기초적인 문법 수준인 초등학생의 일기가 가장 좋은 예이다. 

‘나는 오늘 아침 8시에 일어났다. 나는 깨끗이 얼굴과 목과 손을 씻었다. 나는 엄마께서 차려주신 맛있는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가기 위해 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갔다.' 

이 문장을 살펴보면 연속된 주어의 쓰임과 실제로는 시간 차가 있는 행위에도 불구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듯 보이는 상황의 흐름 및 단순한 어투로 인해 몹시 따분한 문장이 되었다.


2) 문장의 연속성

한 문장이 자연스럽게 다음 문장으로 흘러가게 하라. 

<진수는 오리나무 숲과 초원 사이에 있는 모래땅을 팠었다. 그의 창백한 눈은 파헤쳐진 땅을 깜박거리지 않고 응시하였다. 그는 45분 동안 땅을 파서, 그의 피부는 땀으로 반짝였다. 그의 검은 머리칼이 미풍에 휘날렸다.>

이런 문장을 읽으면 우리는 머릿속에 이 장면을 그리게 된다. 위의 문장은 시간의 흐름과 인물의 모습이 어딘가 어긋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을 자연스럽게 연결된 문장으로 바꾼다면,

<진수는 오리나무 숲과 초원 사이에 있는 모래땅을 팠다. 그의 검은 머리칼은 미풍에 휘날리고, 그의 피부는 땀으로 반짝였다. 그의 창백한 눈은 파헤쳐진 땅을 깜박거리지 않고 응시했다. 그는 45분 동안 땅을 파고 있었다.> 라고 바꾼다면 훨씬 유연한 문장이 될 것이다.

먼저 <진수는 오리나무 숲과 초원 사이에 있는 모래땅을 팠었다>는 장면의 전경을 보여주는 문장이다. 표현은 언제나 전체에서 부분으로 부분에서 전체로 이동하는 것과 같은 흐름에 맞추어져야만 한다. 따라서 앞의 <그의 창백한 눈>보다는 <그의 검은 머리칼은 미풍에 휘날리고, 그의 피부는 땀으로 반짝였다>의 다음에 <그의 창백한 눈>이 나와야 시선의 세부 이동이 이루어져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마지막으로 관점의 전환을 위한 요약으로 <그는 45분 동안 땅을 파고 있었다>를 넣어야 한다.


3) 문장의 정확성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충분히 인지한 후에 글을 써내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4) 문장의 경제성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말해 줄 범위 내에서 가장 적은 수의 어휘를 사용하라.


5) 문장의 명확성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말해 줄 가장 명료한 어휘를 사용하라.




소설 문장에 관한 결론을 말하자면 하나로 정리할 수 있다.

“간결하고 명료한 문장을 쓰는 습관을 들여라.” 

 


 

 

 

 

카카오톡 채널 채팅하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