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현희 소설가[글쓰기 팁] 진부함을 피하는 방법

먼저, 우리는 어떤 글을 읽으면 진부하다고 느끼는가?


첫번째, 당대에 이미 너무 많이 소비 되어버린 소재를 택하는 경우.

두번째, 익숙한 비유들로 가득찬 글. 시나 소설에서 ‘쓰임직’한 표현들이 ‘성찰 없이’ 쓰였을 때.

세번째, 말하고자 하는 것과 그 결론이 이미  수없이 이야기된 글.



진부함의 원인은 무엇일까?


<1> 진부함의 가장 큰 원인은 책을 많이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말에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시대의 책뿐만 아니라 당대의 책까지 읽어내야 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책을 많이 읽었다면 수 많은 표현들이 이미 쓰일 만큼 쓰였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책을 많이 읽지 않았을 경우 내가 쓰고 있는 이 표현이 이미 수많은 사람이 닳고 닳도록 썼다는 것을, 은연중에 나 자신의 언어가 아니라 단순히 입에 익은 말을 쓰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2> 지금 쓰고 있는 어떤 문제나 상황을 내가 절실히 겪지 않았다거나, 충분할 만큼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를 뒤흔든 어떤 상황 그 밑바닥에 몸을 담아보지 않아서 충분히 내 몸이 젖어들지 않은 탓이다. 말하고자 하는 글감에 대해 피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경우이다.

오히려 글 쓰기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표현을 훨씬 더 잘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자기 문제에 깊이 몰입되어 오직 자기만의 느낌을 솔직하게 썼을 때 그것이 깊은 감동을 준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그런 글을 보면 자기 경험이 부박한 사람이 남의 글을 필사하는 등 ‘각성하지 않은 글쓰기’를 오랫동안 해온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사람의 일’을 피상적으로 보고 듣고 쓰는 것이 진부함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진부함을 피하기 위해서는?


1)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재료를 의심하라. 

세 번, 네 번 버린 뒤에 남은 것을 써라.


2) 내가 자주 쓰는 단어나 어휘가 무엇인지 면밀하게 파악하라.

내가 어떤 문장을 썼는지 기억하고 있어야 하며 그것을 다시는 쓰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어휘력을 길러라.


3) 내 삶이 피상적이지 않은지 돌아보라.

내가 다른 사람의 감각과 다른 사람의 사유를 넘보고 있지는 않은지 끊임없이 반성하라. 간단히 말해서 자신이 인간의 삶에 깊은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성찰하는 것이다.


4) 앞서 발표한 작품과 다른 작품을 쓰겠다는 생각을 하라.

오랫동안 작업하고 있는 작가들도 매번 새로운 글을 써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린다. 하나의 스타일을 창조하는 것도 어렵지만 자신이 일군 스타일이 하나의 패턴이 되어서 계속해서 우려먹지 않도록 매번 궁리해야 한다. 하물며 아직 자기의 스타일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매번 새롭게 시도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자기 스타일을 찾을 수 있으며, 새로운 표현을 찾을 수 있고, 일찍부터 매너리즘에 빠질 위험에서 벗어나게 된다.


5) 글의 첫머리 다섯 줄을 자각하라.

첫 문장에서 결판이 난다고 한다. 첫 문장은 신이 내린다고도 한다. ‘영감’님이 안 오면 결코 첫 문장을 쓸 수 없다고도 한다. 그 정도로 첫 문장은 중요하다. 사열할 때의 기준과도 같다. 글쓰기는 꼼꼼함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최근에 읽은 책 몇 권을 면밀하게 비교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6) 첫 문장에서부터 시작된 첫 단락은 명징해야 한다.

모든 문장이 각각 한 문장 안에서 의미와 문법이 완결되어야 하지만, 첫 문단은 더욱 엄격하게 완결성이 있어야 한다. 앞 문장의 의미를 뒤 문장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 머릿속에서 충분히 익혀서 작업을 시작했다 하더라도 관성으로 문단을 이어가지 말아야 한다. 자기의 습관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진부한 주제나 소재는 어쩔 수 없지만 주제와 소재의 진부함을 넘어서기 위해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문화를 바탕으로 시각을 새롭게 해야 한다. 그것을 ‘낯설게 하기’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