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부, 초보자는 사건으로 시작해야 하는 이유
* 글쓰기 초보자가 도입부에서 자주 하는 실수
글을 처음 쓰는 초보자는 글의 첫머리에서 정리되지 않은 내면의 독백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일이 많다.
이런 도입부는 가독성이 좋지 않으며 독자의 이입이나 공감대 형성이 어렵기에 독자가 빨리 책을 덮게 만든다.
대부분의 초보자는 1인칭 시점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자신을 주요 인물의 위치에 놓기에 감정이 앞서기 때문이라고 짐작한다.
* 초보자는 사건 또는 상황으로 곧장 들어가라고 하는 이유는?
첫번째, 인간은 잘 설계된 사건 또는 상황에 놓이면 불가항력적으로 이입하게 되어있다.
두번째, 빠르고 쉽게 인물과 사건에 대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세번째, 다음 내용에 관한 다양한 경우의 수를 확보하며 글을 쓸 수있다. 즉, 작가 입장에서 여러가지 선택권이 생기므로 이야기를 이어가기 쉽다.
도입부의 원칙
* 도입부는 간결하게 서술되어야 한다.
간결한 문장으로 상황이 진행되어야 몰입이 잘 되기 때문이다.
상황을 구구절절이 설명하지도 말고 이유를 장황하게 늘어놓지도 말아야 한다.
곧장 상황에 들어가 상황 속에서 움직이고 그 움직임을 간결하게 묘사하는 것이 제일 좋다.
물론 어떤 상황인지 알려주지도 않은 채 문장을 건너뛰면 안 된다. 뒷 문장이 앞 문장을 반복하며 진행하는 것도 좋지 않다.
간결하다는 것은 한 문장이 하나의 의미를 지니는 것을 말한다.
* 첫 문장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첫 문장은 한두 어절로 시작한다.
두 번째 문장은 수식어가 하나 둘 정도 더 들어가 주면 좋다.
세 번째 문장은 두 어절에서 세 어절 정도로 늘어나도 좋다.
네 번째 문장은 다시 짧아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문장의 리듬이고 완급이다.
첫 문장을 읽으면 곧장 한 문단을 읽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두 번째 세 번째 문단을 읽을 수 있다.
첫 문단은 5줄에서 6줄보다 길면 좋지 않다. 두 번째 문단은 6줄에서 8줄, 세 번째 문단은 10줄 정도 되어도 좋다.
이 정도를 도입부라 한다. 도입부를 읽으면 이 소설을 더 읽어야 할지 그만 읽고 덮어도 좋을지 느낌이 온다.
<예문1>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
2004년 9월 12일 새벽은 내가 아버지 편에 서 있었던 마지막 시간이었다. 그땐 아무것도 몰랐다. 아버지가 체포됐다는 사실도, 어머니의 죽음도, 밤사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막연하고도 어렴풋한 불안을 느꼈을 뿐이다. 아저씨의 손을 잡고 두 시간여 숨어 있던 세령목장 축사를 나선 후에야, 뭔가 잘못됐다는 확신이 왔다.
목장 길 진입로를 경찰차 두 대가 차단하고 있었다. 붉고 푸른 경광등 빛은 오리나무 숲에 피멍을 들이며 돌았다. 빛의 층위로 날벌레들이 날았다. 하늘은 아직 어두웠고, 안개가 짙었고, 나는 축축한 새벽공기 속에서 떨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휴대전화를 내 손에 쥐여주며 잘 간직하라고 속삭였다. 경관은 우리를 경찰차에 태웠다.
차창으로 혼란스러운 풍경이 지나갔다. 부서진 다리와 물에 잠긴 도로, 폐허가 된 거리, 뒤엉킨 소방차와 경찰차와 구급차, 검은 상공을 도는 헬리콥터, 세령댐 저지대라 불리던 마을, 우리 가족이 2주 동안 살았던 동네가 무저갱으로 변해 있었다. - 정유정 <7년의 밤>
<예문2>
문이 움직인다. 느리고 은밀하게, 딱 한 뼘만큼만 열린다. 벽과 똑같은 색의 미닫이문은 낯선 세계로 통하는 비밀 통로 같다. 열린 문으로 어둠이 밀려나온다. 어둠 속에는 늙은이의 살내에 곰팡이 핀 과일, 눅눅한 솜이불, 좀약 냄새가 뒤섞여있다.
어둠을 헤치고 나오는 한 점, 희고 뾰족한 버선코다. 점이었던 것은 부드러운 선이 되었다가 단단한 볼이 된다. 살짝 추켜올라간 수눅선을 따라 뒤꿈치와 회목이 느릿느릿 문지방을 넘는다. 그 움직임이 너무 느려 처음부터 내내 거기 있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이제 열린 문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희디흰 버선발뿐이다. 흰 버선발은 어둠과 냄새의 여운을 말끔하게 몰아낸다. 오히려 발등에 수놓아진 붉은 꽃송이에서 향긋한 꽃내음이라도 풍겨나오는 듯하다. 내 눈은 향기를 맡은 꿀벌처럼 버선발을 향해 부산한 날갯짓을 한다. - 천운영 <명랑>
<예문1> 은 선 굵은 묘사와 진술이 번갈아 가며 ‘사건’을 급박하게 전개하고 있다.
<예문2> 는 섬세하고 감각적인 묘사로 누군가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두 소설은 형식적인 측면에서 매우 다른 글이지만 각 장르의 특성을 잘 포착하고 있다.
“첫머리에서 독자를 사로잡아라!”
독자가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것은 모든 작가들의 꿈이자 목표이다.
짧지만 결정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 문장은 긴장을 유발하고 주의를 끈다.
도입부의 문장이 해야 하는 일을 살펴보자.
* 도입부의 역할
도입부는 인상적인 첫 장면을 보여주는 것 외에도, 이 글이 어떻게 진행될지 몇 가지 단서를 제공해야 한다.
(1) 중심 플롯과 긴밀히 이어지는 문장의 분위기와 톤을 만들어야 한다.
(2) 명확한 캐릭터 설정이 필요하다. 어떤 성격과 성향을 가진 인물인지 행동의 범주를 여러 각도에서 보여주기 위해 그 성격의 단초를 보여준다.
(3) 앞으로 펼쳐질 사건의 서두가 인물에게 ‘현재’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어야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도입부는 영화의 ‘티저’, ‘예고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 도입부 집필의 팁
(1) 전반부 서사에서 가장 긴장이 고조된 장면을 선택하여 궁금증을 유발한다.
(2) 중간에 나오는 결정적인 장면과 똑같은 어휘를 사용해도 되고 변주해도 된다.
(3) 문제를 해결하고 결론을 급하게 내려 하지 말라. 사건의 단초만 보여주어라.
그 뒤는 독자에게 맡겨라. 글을 읽으면서 이야기 전체를 파악하고 즐기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 도입부는 독자를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독자가 받은 첫 느낌은 ‘이 소설은 앞으로 이러이러한 스타일로 진행될 것입니다’ 라는 코드를 제시하는 것이다.
독자는 작가가 제시한 코드에 따라 몸을 맞춘다.
락을 들을 때는 금방이라도 샤우팅을 할 수 있게 몸의 어딘가를 팽팽하게 만들고, 재즈를 들을 때는 온몸의 관절에서 힘을 빼듯이.
음악의 리듬을 타듯 글의 흐름을 타면서 감정 이입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 글쓰기 초보자가 도입부에서 자주 하는 실수
글을 처음 쓰는 초보자는 글의 첫머리에서 정리되지 않은 내면의 독백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일이 많다.
이런 도입부는 가독성이 좋지 않으며 독자의 이입이나 공감대 형성이 어렵기에 독자가 빨리 책을 덮게 만든다.
대부분의 초보자는 1인칭 시점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자신을 주요 인물의 위치에 놓기에 감정이 앞서기 때문이라고 짐작한다.
* 초보자는 사건 또는 상황으로 곧장 들어가라고 하는 이유는?
첫번째, 인간은 잘 설계된 사건 또는 상황에 놓이면 불가항력적으로 이입하게 되어있다.
두번째, 빠르고 쉽게 인물과 사건에 대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세번째, 다음 내용에 관한 다양한 경우의 수를 확보하며 글을 쓸 수있다. 즉, 작가 입장에서 여러가지 선택권이 생기므로 이야기를 이어가기 쉽다.
* 도입부는 간결하게 서술되어야 한다.
간결한 문장으로 상황이 진행되어야 몰입이 잘 되기 때문이다.
상황을 구구절절이 설명하지도 말고 이유를 장황하게 늘어놓지도 말아야 한다.
곧장 상황에 들어가 상황 속에서 움직이고 그 움직임을 간결하게 묘사하는 것이 제일 좋다.
물론 어떤 상황인지 알려주지도 않은 채 문장을 건너뛰면 안 된다. 뒷 문장이 앞 문장을 반복하며 진행하는 것도 좋지 않다.
간결하다는 것은 한 문장이 하나의 의미를 지니는 것을 말한다.
* 첫 문장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첫 문장은 한두 어절로 시작한다.
두 번째 문장은 수식어가 하나 둘 정도 더 들어가 주면 좋다.
세 번째 문장은 두 어절에서 세 어절 정도로 늘어나도 좋다.
네 번째 문장은 다시 짧아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문장의 리듬이고 완급이다.
첫 문장을 읽으면 곧장 한 문단을 읽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두 번째 세 번째 문단을 읽을 수 있다.
첫 문단은 5줄에서 6줄보다 길면 좋지 않다. 두 번째 문단은 6줄에서 8줄, 세 번째 문단은 10줄 정도 되어도 좋다.
이 정도를 도입부라 한다. 도입부를 읽으면 이 소설을 더 읽어야 할지 그만 읽고 덮어도 좋을지 느낌이 온다.
<예문1>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
2004년 9월 12일 새벽은 내가 아버지 편에 서 있었던 마지막 시간이었다. 그땐 아무것도 몰랐다. 아버지가 체포됐다는 사실도, 어머니의 죽음도, 밤사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막연하고도 어렴풋한 불안을 느꼈을 뿐이다. 아저씨의 손을 잡고 두 시간여 숨어 있던 세령목장 축사를 나선 후에야, 뭔가 잘못됐다는 확신이 왔다.
목장 길 진입로를 경찰차 두 대가 차단하고 있었다. 붉고 푸른 경광등 빛은 오리나무 숲에 피멍을 들이며 돌았다. 빛의 층위로 날벌레들이 날았다. 하늘은 아직 어두웠고, 안개가 짙었고, 나는 축축한 새벽공기 속에서 떨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휴대전화를 내 손에 쥐여주며 잘 간직하라고 속삭였다. 경관은 우리를 경찰차에 태웠다.
차창으로 혼란스러운 풍경이 지나갔다. 부서진 다리와 물에 잠긴 도로, 폐허가 된 거리, 뒤엉킨 소방차와 경찰차와 구급차, 검은 상공을 도는 헬리콥터, 세령댐 저지대라 불리던 마을, 우리 가족이 2주 동안 살았던 동네가 무저갱으로 변해 있었다. - 정유정 <7년의 밤>
<예문2>
문이 움직인다. 느리고 은밀하게, 딱 한 뼘만큼만 열린다. 벽과 똑같은 색의 미닫이문은 낯선 세계로 통하는 비밀 통로 같다. 열린 문으로 어둠이 밀려나온다. 어둠 속에는 늙은이의 살내에 곰팡이 핀 과일, 눅눅한 솜이불, 좀약 냄새가 뒤섞여있다.
어둠을 헤치고 나오는 한 점, 희고 뾰족한 버선코다. 점이었던 것은 부드러운 선이 되었다가 단단한 볼이 된다. 살짝 추켜올라간 수눅선을 따라 뒤꿈치와 회목이 느릿느릿 문지방을 넘는다. 그 움직임이 너무 느려 처음부터 내내 거기 있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이제 열린 문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희디흰 버선발뿐이다. 흰 버선발은 어둠과 냄새의 여운을 말끔하게 몰아낸다. 오히려 발등에 수놓아진 붉은 꽃송이에서 향긋한 꽃내음이라도 풍겨나오는 듯하다. 내 눈은 향기를 맡은 꿀벌처럼 버선발을 향해 부산한 날갯짓을 한다. - 천운영 <명랑>
<예문1> 은 선 굵은 묘사와 진술이 번갈아 가며 ‘사건’을 급박하게 전개하고 있다.
<예문2> 는 섬세하고 감각적인 묘사로 누군가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두 소설은 형식적인 측면에서 매우 다른 글이지만 각 장르의 특성을 잘 포착하고 있다.
독자가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것은 모든 작가들의 꿈이자 목표이다.
짧지만 결정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 문장은 긴장을 유발하고 주의를 끈다.
도입부의 문장이 해야 하는 일을 살펴보자.
* 도입부의 역할
도입부는 인상적인 첫 장면을 보여주는 것 외에도, 이 글이 어떻게 진행될지 몇 가지 단서를 제공해야 한다.
(1) 중심 플롯과 긴밀히 이어지는 문장의 분위기와 톤을 만들어야 한다.
(2) 명확한 캐릭터 설정이 필요하다. 어떤 성격과 성향을 가진 인물인지 행동의 범주를 여러 각도에서 보여주기 위해 그 성격의 단초를 보여준다.
(3) 앞으로 펼쳐질 사건의 서두가 인물에게 ‘현재’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어야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도입부는 영화의 ‘티저’, ‘예고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 도입부 집필의 팁
(1) 전반부 서사에서 가장 긴장이 고조된 장면을 선택하여 궁금증을 유발한다.
(2) 중간에 나오는 결정적인 장면과 똑같은 어휘를 사용해도 되고 변주해도 된다.
(3) 문제를 해결하고 결론을 급하게 내려 하지 말라. 사건의 단초만 보여주어라.
그 뒤는 독자에게 맡겨라. 글을 읽으면서 이야기 전체를 파악하고 즐기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 도입부는 독자를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독자가 받은 첫 느낌은 ‘이 소설은 앞으로 이러이러한 스타일로 진행될 것입니다’ 라는 코드를 제시하는 것이다.
독자는 작가가 제시한 코드에 따라 몸을 맞춘다.
락을 들을 때는 금방이라도 샤우팅을 할 수 있게 몸의 어딘가를 팽팽하게 만들고, 재즈를 들을 때는 온몸의 관절에서 힘을 빼듯이.
음악의 리듬을 타듯 글의 흐름을 타면서 감정 이입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